08년의 마지막 날.
두시간 정도만 지나면 이제 서른!
나쁘지 않아요.
솔직히, 오히려 꽤 괜찮은 기분이랄까..
열살때의 나는, 스무살의 내가 미대생이 될꺼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었고,
스무살의 나는, 서른이 되면 내가 그림을 그리지 않을 줄 알았지요.
재능이 넘치는 친구들 틈에서, 난 직접 붓을 들 일이 없겠구나, 하면서 미대 4년을 보냈는데..
지금 저는, 스스럼없이 '그림그리는 일을 합니다' 라고 소개를 하지요.
꽤, 괜찮은 기분이에요.
감히 그런걸 꿈꾸겠는가, 하고 생각했던 대로
붓자국 하나 작은 점 하나까지 온전히 내 작업인 책을 두 권 안고 서른을 맞이하는 기분이란.
따지고 보면, 학교를 무사히 다니고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일을 시작하고 첫 성과를 내는,
그런 서른이야 무수하게 많을 것이고, 그 중의 하나일 뿐이겠지만..
득 실을 따지기 이전에, 내 생활의 만족도가 조금씩 더 커져가는 나날들이란 꽤 즐거운 생활인거죠.
아직 해낸건 별로 없지만,
현재의 위치를 너무 잘 알고 갈 길이 잔뜩 펼쳐져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저 혼자서 시간을 좀 보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인생에서, 오롯이 혼자서 시간을 보낼 기회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럭저럭 꽤 잘 해온듯한 올 한 해.
변함없이 새해 목표에는 다이어트와 외국어 공부가 있을꺼고,
친구들을 만나면 아직도 혼자노냐고 구박을 받겠지만서도.
일년 후, 또 10년 후에도 혼자 슬며시 웃을 수 있기를.
2009년은 조금 더 활기차게,
조금 더 충실한 한 해가 되길.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