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에서 하루를 묵으며 천천히 봐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요코하마 미술관이었지요.
바쁜 하루 관광 속에 미술관을 넣어서야, 이도저도 안될테니..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호텔 조식으로 든든히 아침밥을 먹고
아침 거리를 구경하며 미나토미라이 역으로 이동.
열시 개관 시간에 딱 맞추어 들어간 드가 특별전.
발레하는 소녀 그림중의 하나, 에뜨와르 를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장료의 가치는 있었지만
유명한 미술관이니 상설전도 보고 가 주겠다는 마음으로, (입장료가 무려 1500엔이란 말입니다.)
둘러보았던 전시장에는
르네 마그리뜨와 달리 방이 있질 않나.
프랑스 흑백사진이 따로 한 방. 브레송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 걸려있고.
둥글둥글한 전시실에 달리의 그림은 참 잘 어울리더군요.
높다란 계단식 홀에 즐비한 조각들도 멋지고...
여행때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나오다가 다른 전시장 포스터들을 보고 새로운 정보를 좀 얻었고,
전시를 오전 내내 보고, 나오면서 굉장히 마음이 급해져서,
그대로 도쿄로 향했습니다.
미나토미라이 선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도큐 센은 시부야까지지요.
번화한 시부야 역 하치코 출구,
저 복잡한 쇼핑의 거리가 맘에 들기 시작했던 것은 분카무라 미술관을 가본 다음부터였습니다.
http://www.bunkamura.co.jp/museum/lineup/10_flanders/index.html
분카무라의 지하, 더 뮤지엄에서는 '플란다스의 빛' 이라는 벨기에의 어느 마을을 중심으로 한 그림 전시를 하고 있었고,
아침부터 드가 를 보고 갔더니 여기에도 드가 그림이 또 있네? 라는 상황을 맞이했고,
에밀 크라우스의 그림에 반해버렸고....
연이은 전시회 두개 관람, 입장료만도 3천엔.
풀밭 위로 쏟아지는 햇살들이 가득한 전시장에서
엉엉 울고 싶어지는 기분으로 나오면서..
그 곳에 또 있는 나디프 샵과 그 유명한 레 뒤 마고 에서 밥을 먹을까 기웃거리다가,
찜해두었던 오무라이스 집이 생각나서, 늦은 점심은 오무라이스를 먹었지요.
'おまかせ亭' 의 친절한 아저씨는, 눈만 마주쳐도 커피를 리필해주며 웃어주더니만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힘들어 보인다며 힘내라고 외쳐주셨어요.
역시 피곤한 여행 중반부, 커다란 전시 두개 연타에 찌들은 모습이 눈에 보였던 건지.
그래서 도쿄 여행길인데 아주 맛있었다고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밥을 먹고 정신을 추스려서 들어간 나름 단골 물감 가게. ウエマツ。
갈때마다 꾸준히 5천엔 정도는 가뿐히 넘게 써주는 이 곳.
즐비한 분채와 석채는 언제 봐도 흐뭇하고요...
그렇게 늦은 오후부터 쇼핑을 하고,
마크 시티를 뒤져 쪼꼬렛 가게들을 찾아내고,
늦은 오후. 다시금 키치죠지로 돌아갔습니다.
역 앞 쇼핑가를 조금 뒤지는 사이 해는 저물고....
(사랑해요. 휴족시간.)
친구 퇴근길에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갈까, 했지만
이 날은, 축구 하는 날이었어요. 그것도 한일전!
그걸 밖에서 보긴 힘드니, 먹거리를 잔뜩 사들고 귀가.
타코야키와 츄하이를 먹으며, 일본티비 중계방송을 보면서 우리나라를 열심히 응원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