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0 japan2010. 11. 12. 22:58

요코하마에서 하루를 묵으며 천천히 봐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요코하마 미술관이었지요.
바쁜 하루 관광 속에 미술관을 넣어서야, 이도저도 안될테니..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호텔 조식으로 든든히 아침밥을 먹고
아침 거리를 구경하며 미나토미라이 역으로 이동.
열시 개관 시간에 딱 맞추어 들어간 드가 특별전.



발레하는 소녀 그림중의 하나, 에뜨와르 를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장료의 가치는 있었지만

유명한 미술관이니 상설전도 보고 가 주겠다는 마음으로, (입장료가 무려 1500엔이란 말입니다.)
둘러보았던 전시장에는
르네 마그리뜨와 달리 방이 있질 않나.
프랑스 흑백사진이 따로 한 방. 브레송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 걸려있고.
둥글둥글한 전시실에 달리의 그림은 참 잘 어울리더군요.

높다란 계단식 홀에 즐비한 조각들도 멋지고...


여행때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나오다가 다른 전시장 포스터들을 보고 새로운 정보를 좀 얻었고,
전시를 오전 내내 보고, 나오면서 굉장히 마음이 급해져서,
그대로 도쿄로 향했습니다.


미나토미라이 선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도큐 센은 시부야까지지요.




번화한 시부야 역 하치코 출구,
저 복잡한 쇼핑의 거리가 맘에 들기 시작했던 것은 분카무라 미술관을 가본 다음부터였습니다.
http://www.bunkamura.co.jp/museum/lineup/10_flanders/index.html

분카무라의 지하, 더 뮤지엄에서는 '플란다스의 빛' 이라는 벨기에의 어느 마을을 중심으로 한 그림 전시를 하고 있었고, 
 아침부터 드가 를 보고 갔더니 여기에도 드가 그림이 또 있네? 라는 상황을 맞이했고,
에밀 크라우스의 그림에 반해버렸고....

연이은 전시회 두개 관람, 입장료만도 3천엔.
풀밭 위로 쏟아지는 햇살들이 가득한 전시장에서
엉엉 울고 싶어지는 기분으로 나오면서..

그 곳에 또 있는 나디프 샵과 그 유명한 레 뒤 마고 에서 밥을 먹을까 기웃거리다가,
찜해두었던 오무라이스 집이 생각나서, 늦은 점심은  오무라이스를 먹었지요.
'おまかせ亭' 의 친절한 아저씨는, 눈만 마주쳐도 커피를 리필해주며 웃어주더니만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힘들어 보인다며 힘내라고 외쳐주셨어요.
역시 피곤한 여행 중반부, 커다란 전시 두개 연타에 찌들은 모습이 눈에 보였던 건지.
그래서 도쿄 여행길인데 아주 맛있었다고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밥을 먹고 정신을 추스려서 들어간 나름 단골 물감 가게. ウエマツ。

도쿄 여행 다섯번에 다섯번 모두 방문한,
갈때마다 꾸준히 5천엔 정도는 가뿐히 넘게 써주는 이 곳.
즐비한 분채와 석채는 언제 봐도 흐뭇하고요...

그렇게 늦은 오후부터 쇼핑을 하고,
마크 시티를 뒤져 쪼꼬렛 가게들을 찾아내고,
늦은 오후. 다시금 키치죠지로 돌아갔습니다.




역 앞 쇼핑가를 조금 뒤지는 사이 해는 저물고....
(사랑해요. 휴족시간.)
친구 퇴근길에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갈까, 했지만
이 날은, 축구 하는 날이었어요. 그것도 한일전!
그걸 밖에서 보긴 힘드니, 먹거리를 잔뜩 사들고 귀가.
타코야키와 츄하이를 먹으며, 일본티비 중계방송을 보면서 우리나라를 열심히 응원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지요.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1. 8. 23:33
시끌벅적한 휴일의 한낮을 구경하다
친구가 먼저 귀가하고,

혼자 남아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여행중 단 하루, 호텔에 묵었던 날.)
네시반 즈음부터 해가 슬쩍 저물기 시작하는 풍경을 보러 나왔습니다.

야마시타 공원에서
아카렌가 창고앞으로,
광장을 가득 메운 옥토버 페스트의 인파를 구경하고
유람선 승강장을 지나서
미나토 미라이의 한 복판으로,


천천히, 해가 저무는 항구를 조용히 혼자 거닐었던 시간.

새파랗던 하늘에 조금씩 구름이 드리우고,










조금씩 어두워지는 항구를 따라,
저 멀리 보이는 퀸스 빌딩과 관람차를 향해 걸어가  미나토미라이 한 복판에 다다르니 저녁 여섯시 즈음,
완전히 깜깜해진 하늘과 서서히 화려해지는 불빛들.

코스모 월드가 눈앞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서늘한 바닷 바람, 따스한 공기를 만끽하다가...

다시금 왔던 길을 되짚어 천천히 돌아갔습니다.












해상 공원까지 다시 돌아와 바라본 풍경은
낮에 보았던 느낌과는 또 달랐고,

가득하던 휴일 오후의 인파 대신
조용히 벤치마다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과,
둘씩 둘씩 사이좋게 거닐고 있는 수많은 커플들.

아카렌가 창고는 떠들썩한 쇼핑몰이었지만
그 테라스에서 바라본 코스모 월드는 어찌나 외롭던지.

선착장까지 걸어올라가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보석처럼 반짝이고...

머릿속을 맴돌던 수많은 단어들.
이곳을 이야기했던 수많은 기억들과 덧붙여진 후회와 한숨, 원망과 미련들을
조용히 띄워보낸 저녁.

해가 저무는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는 날이 얼마나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여행자의 사치이지요.  
이렇게 완연한 '데이트 코스' 를 혼자서 구경해도
난 외국인이니까 괜찮다며 여기저기 기웃기웃.


오래된 건물들과
잘 조성된 공원, 걷기좋은 항구의 풍경을 걸으면서
이곳이 그리워질 게 뻔하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리고 지금은 벌써 그립습니다.
드로잉북 하나 카메라 하나 들고 하염없이 바다 앞 벤치에 앉아있고 싶었던, 여행의 엿새째 날 밤.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1. 7. 21:13
드디어 여행도 반이 지나가고,
계획했던 하코네 행은 취소했지만 친구랑 요코하마로 향했습니다.
월요일이었지만 이날 일본은 공휴일이었어서..
정말로 북적북적, 너무나 휴일다웠던 날.

중화가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시간.

'요코하마에 가는 날만은 맑았으면 좋겠다' 고 내내 빌었던 탓인지,
거의 한여름 날씨. 햇살은 반짝, 수준이 아니라 쨍쨍.









사람들로 가득한 휴일의 관광명소.
대로를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로 호객하는 인력거, 수많은 노점상들.
가족단위, 커플들, 각종 모임들로 북적이는 음식점들을 헤매이다가
바이란 야키소바세트, 에비칠리 덮밥, 고기만두, 버블티도 먹고...

중화가의 바로 앞, 야마시타 해상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새파란 하늘,
새파란 바다.
햇빛을 받아 새하얕게 반짝이는 커다란 배, 항구.
잔디밭에 소풍나온 사람들, 수많은 강아지 고양이와 산책하는 가족들,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고 여념이 없는 거리 공연하는 마임이스트에 기타하나 둘러매고 노래하는 사람들까지.

휴일 기분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도 꽤나 즐겁습니다.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1. 2. 22:52
토요일을 느긋하게 보낸 덕에 더욱 마음이 바빴던 일요일.

지유가오카가 좋은 곳이긴 하지만, 쇼핑을 딱히 할 것도 아니었고, 들르고 싶은 곳은 딱 하나, 아트 미터.
바쁘게 일요일에 들러야만 했던 것도 아트 미터 때문이었죠.
 http://www.art-meter.com/



말 그대로 그림을 '널어놓고' 파는 그림 가게.
아마추어, 프로의 작품을 가리지 않고, (약간의 등급제는 있습니다만) 1제곱센티미터에 3엔-6엔의 가격에 따라서 팔지요. 종이냐 캔버스냐에 따라 약간 다른 정도랄까.
주중에는 예약제로 운영되니 주말에 편안히 구경할 수 있고요. 게다가 이번 여행의 일- 월요일은 일본에선 연휴였어요. 때마침 지유가오카 지역에서 ' 女神 祭り’ 를 한다고 써 있었고,
축제 기간에 아트 미터에서는 앞마당에서 벼룩시장을 했지요. 그래서 꼭 일요일에 가야만 했습니다.

점심 즈음 도착한 아트미터에는, 두세 팀이 오밀조밀 벌려놓은 상태였고요,
나올때쯤 몇 팀이 더 있었고..
주로 간단한 소품이나 엽서, 작은 드로잉, 작은 공예품들이 있었어요.
귀여운 엽서만 두개 사서 나왔습니다.

가게 가득히 '걸려있는' 그림들을 흝어보며 이런 가게가 굴러가고있다는 현실이 참 부럽기도 했고요.
물론 맘편히 부러워할 만한 상황은 아니겠습니다만...
첫 일정부터 생각이 많아지던 일요일. 머리가 무거웠습니다.




근처에 있는, 사진찍는 사람들은 많이들 아시는 '뽀빠이 카메라' 도,
사정없이 구석구석에서 몰려오는 뽐뿌에 괴로운 것도 잠시..
그보다는 다양한 취미와 취향이 공존하는 상황이 부러웠을 뿐.


일요일의 지유가오카, 축제의 거리는
골목 골목 떠들썩한 벼룩시장과 특설 코너로 달뜬 분위기.
상점가 한쪽에선 특별이벤트, 무언가의 인기투표와 테니스 대진표를 바라보며 시끄럽던 사람들.

오샤레- 한 아주머니들이 고고하게 걷고 있는 골목 곁에는
초등학생들이 알록달록 모자를 쓰고 반바지 차림으로 뛰어다니며 공을 던지고..




에비스로 이동해서 친구와 밥을 먹고, (정말 밥만 먹고 헤어짐. 쿨한 오타쿠의 우정입니다..)

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헤매서 나디프 아파트에 찾아갔습니다.



http://www.nadiff.com/home.html
갤러리와 아트샵이 공존하는 나디프 아파트먼트.
1층의 아트샵은 정말이지 보물창고에요....
두껍고 비싸고 무거운 외서 서가는 거의 보지도 못했지만,
흔히 보기 힘든 책들이 옹기종기, 그것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게 꽂혀있는 모습은 참으로 유혹적이지요.
어찌나 아기자기하게 예쁜 상품들이 많은지..

'흔치않은' 아트북들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너무 많이 다닌 탓에
'어딜 가든 계속 볼 수 있었던' 괜찮은 책들을 지금 해외주문으로 찾아보니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워진, 지금의 상황이지만요.


나디프까지 돌아보고 터져버릴 것 같은 머리를 움켜쥐고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로....
비어 박물관 앞까지 가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커피젤리만 사 먹고 도쿄도 사진미술관으로 들어갔습니다.
http://www.syabi.com/
피곤해서 그냥 돌아가서 쉬려다가, 아무래도 에비스를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흑백 사진 포트레잇 전은, 두통약 챙겨먹고 힘내서 들어간 보람이 있을 정도였지요.

넓고 화려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그 비싼 쇼핑과 소비의 동네에
이렇게 좋은 곳도 있다니 좀 부러웠습니다.
아늑하고 넓직한 미술관 가득한 소장품들이 부럽고,
그냥 미술관 1층의 샵인데,
나디프 본점도 갔다오는 길인데 왜 또 여기에만 있는 상품들과 사진들이 저를 현혹시키는 것인지.


사진 좋아하시는 분들. 꼭 가보세요. 두둑한 지갑으로요.. 득템을 보장합니다.
+ 미술관안에 있는 자료실, 도서실도 굉장하다던데 시간이 촉박해서 못 들어갔습니다.



글쎄요.
머리는 한층 무거워졌고 거기까지 가서 가든플레이스에서  아이쇼핑도 못해보고 , 맥주박물관은 발길도 못 디뎌 본 것도, 후회스럽지 않던 하루입니다.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30. 12:04
이번 여행 열흘중에서 유일하게 비가 온 토요일.
다른 날은 10분정도 보슬비가 지나가는 수준이었지만..
이날은 본격적으로 주룩주룩, 비가 내렸습니다.

아침 보슬비를 맞으며 귀가하고
정신차리고 집을 나서니 이미 오후...




비오는 오기쿠보를 들러서,
곧장 찾아간 니시오키쿠보. 西荻窪.
다른 곳들도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서점 'nomad'였어요.

여행길에 들르고 싶었던 여행서점.
(또 하나의 여행서점 246은 못갔습니다만..)


말 그대로 여행 서점. http://nomad-books.co.jp/
가이드 북, 여행 에세이, 지도, 할 것 없이 수많은 여행관련 책들과
조금 특이하고 잘 구경하기 힘든 책들도 많지요.

작년에 구입하고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탐내서 부탁받은 tamioo일기를 하나 더 구입하고,
http://www.tamioonews.com/
-위의 링크에 그 책이 나옵니다. 매력적인 여행 책.

수많은 책들에 침흘리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작은 서점에서 한시간도 넘게 있었던 듯...
(주인 아저씨는 계속 트위터 하시던데........말이라도 해볼껄 그랬나요.)

소심하게 물어보고 책표지만 잔뜩 찍어왔지요. 무겁고 비싸니 많이 살 수도 없고....
마음에 들었던 책들.
- 세계의 핫 드링크(세계 시간에 따라서 티타임과 음료 레시피를.),  도쿄 공원 산책, 도쿄 북 내비, 도쿄 아트내비, 토일렛 맵(화장실이 특이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한 시티투어라니요.) ,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핸드메이드 잡화 작가들 인터뷰..) 약속장소안내 가이드......
그 작은 서점 안에 보물찾기처럼 끝없이 발견되는 책들, 책들.



아쉽게 수많은 책들을 놓고 돌아서서,
빗줄기가 거세지는 동네 길을 걸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비가 오는 김에 그대로 신주쿠로 향했습니다. (니시오기쿠보는 키치죠지 옆, 같은 츄오센 라인이니까 그게 편하기도 하고요.)
날씨가 안좋을때는 대형 쇼핑몰이 편한 법.

몇번째 가는건지 기억도 할 수 없는
타카시마야 타임즈 스퀘어에서.
6층짜리 서점의 두 층을 뒤지고, (어린이책 한 층, 미술서적 한 층..)
수많은 책들을 이름만 메모하고...
일본화 기법 책을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책 한권에 4000엔이 넘는건 아무래도 좀. 망설여지지요...
물론 거기까지 갔으니 도큐핸즈에서 문구류도 봐야 하고요,
사랑해마지 않는 지하 식품관에서 갖가지 먹거리를 사들고 귀가한 하루.








촉촉히 비내리는 거리를 걷고
어둠속에 빛나는 플랫폼에 서서 멍하니 전차를 갈아타고.
익숙하고 조용한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비에 젖어 반짝이던  날의 산책.
때로는 조용히 반짝이는 날들이 마음에 들지요.





Posted by 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