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0 japan2010. 10. 28. 21:22
이틀째 날, 신주쿠에서 get wild를 들으며 방황하다 결심한 한가지 미션을 수행하러,
셋째날은 키치죠지로 향했습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
문 연 가게가 반도 되지 않는 나카미치를 산책하며 기웃거리다가
아침부터 하라 도넛 하나 손에 들고,
공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 햇살 쬐며 도넛 먹으며 ap를 들었지요.
(나라쨩, 나 미션 수행!)



11시는 넘어야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으니,
인적 드문 쇼핑가, 주택가 사이사이를 구경하며 화창한 오전 햇살을 즐기고.


골목 골목을 헤매이고, 사람 구경, 진열장 구경, 책 구경...
tom's box와 百年을 들러서
찜해놓았던 샤포르쥬에서 런치 세트를 먹고.
(맛있었습니다. 카니크림 고로케.... 새우튀김도 햄버그도 좋았지만.)
이틀 연속 경양식 점심식사에, 대부분 가게 내부에는 젊은 사람과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반반.
젊은이들이 쇼핑하는 거리, 놀러다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곳인데도
보통 주택가와 뒤섞여 있는 덕인지.
차려입고 놀러다니는 커플들만큼  장바구니 들고 뛰어가는 젋은 엄마들, 세탁물 찾아가는 할머님, 화분 구경하시는 할아버님.. 들이 눈에 띄었어요. 꽤나 신기하고 한가로운 기분.










가보고 싶었던 갤러리인 re:tail 도 들러보고, 옆의 poool도 들르고.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금요일 오후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작년의 기억을 되살려 번화한 쇼핑타운을 뒤지고,
두 손 가득 무겁게 쇼핑하고 집에 가려다가,
새로 생긴 아트레에 들어갔더니 이건 뭐. 천국이더군요.
신주쿠의 백화점 지하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먹거리들이 입점한 덕에 꽤나 자주 이용했습니다.
지금쯤 오픈했을 코피스까지 합치면...
그 자그마한 키치죠지 거리와 , 썬로드와 요도바시, 파르코, 아트레..쇼핑타운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여기서 삼박 사일쯤 놀아도 괜찮을 듯 했어요.

면접보러 간 친구랑 나눠먹으려고 마이센의 가츠샌드를 사고...

하루종일 돌아다녔어도 반도 채 돌아보지 못했다는 기분이었지만,
아침 햇살부터, 저녁 인파의 화려함까지 풍족했던 하루.







물론 그 이후에는 집주인 친구와 본격적인 오타쿠 타임..
오랫만의 이자카야는 뭘 먹어도 맛있었고
11시를 기다려 간 가라오케 프리 타임은 결국 5시까지 꽉- 채워 놀았고.
게다가 무슨 노래방 마이크가 오디오테크니카 인지 깜짝 놀랐고,
본격 터치 스크린 리모콘+검색기는 참 편하고 좋았지만,
무작정 책을 뒤적이다 잊고있던 노래를 발견하는 기쁨은 줄어들었으니, 반반이랄까요.

새벽길엔 보슬비가 솔솔 내렸고,
집에 가는 길에 지나는 커다란 공원가로 비냄새 맡으며 지치고 들뜬 마음으로 귀가했지요.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7. 23:11
맘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이었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곳 몇가지 정도는 있었지요.

그중 꽤 우선순위가 높았던 것이 록뽄기 힐스의 모리 미술관.

록뽄기 아트 트라이앵글 (모리미술관- 산토리 미술관- 도쿄 신 미술관) 을 모두 관람하기에는 이번에도 실패.
산토리에서 하는 전시는 때가 안맞았어요.

하지만 나머지 두 곳의 전시와 21-21의 전시가 매우, 매우,궁금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미드타운에 도착, 밥을 먹고 힘을 내서 21-21 디자인사이트로 먼저.
(하야시구락부의 하야시라이스는 이번에도 대 성공. 여행의 시작에 어울렸어요.)


미드타운 뒤편의 작은 공원에,
납작하게 엎드려 붙어있는 저 미술관의 전시공간은 거의 지하입니다.
구조도 맘에 들고. 항상 감탄스러운 전시내용과 디스플레이였고요.

이번 전시를,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지.
관객참여 유도형- 을 벗어나서, '직접 참가해야만 전시가 성립하는' 특이한 전시회였어요.

직접 움직이고, 입력하고, 눌러보고,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타국에 와 있다는 느낌도 거의 없이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일본어 설명문과 지시문들에
저에게는 매우 하드한 전시이기도 했지만요.
http://www.2121designsight.jp/program/id/installation.html



한시간여 머무르고, 혼이 반쯤 나간 상태로
처음 찾는 국립신미술관으로.
대형 전시일꺼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큰 건물에서 많은 전시를 하고 있었기에....
굉장히 지치게 된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관람한 것은 반고호전, shadows전.
반 고호의 자화상이나, 어쩐지 눈물이 나려고 하던 생 레미 요양원의 정원 그림이나...
뭐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노란 방을 전시하면서 노란 방에 대한 스케치나 설명을 넘어서서,
직접 모형으로 구현하고, 3d로 노란 집을 하나하나 설명해놓은 모습은
너무나 일본다워서 할말이 없었고요.

그림자 전은,
소장품특별전이라 소소하게 보려 했더니
예상외로 방대한 수많은 작품들에....
무엇보다 거대한 그림자 설치 작품들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다음엔 꼭, 일행들과 함께 와서 신미술관 3층 원뿔 위의 레스토랑에서 코스도 먹어보겠다고 다짐도 하고요.


손 꼽히는 대형 전시를 한번에 몰아서 봐야만 하는 코스라니 참으로 가혹하지만....




커다란 전시 세가지에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을 맛보고
록뽄기 힐스 맞은편에 가서 잠시 쉬며 핫초코를 먹으며 머릿속을 정리하고. (http://www.lcdh.jp/)




마지막 코스였던 모리미술관은,
그 화려한 모리타워 52층. 시티뷰, 그러니까 전망대와 함께 있습니다.
비싼 입장료이지만 시티뷰까지 한번에 입장이고....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을만한 전시를 한다는 평이고요.
도쿄 5번 방문에 처음으로 전시 기간과 여행기간이 맞았어요.

항상 그렇듯이 무거운 가방을 통째로 로커에 넣어두고 가볍게 전시장에 들어간 것이 실수.
설치 전시가 촬영을 허가하다니, 생각도 못 했지요.
앞서 본 3개의 전시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도 한몫했고요.

돌아보는 내내 마주치던 펜탁스 mx들고 다니는 남자분. 어찌나 부럽던지.
(그 화각에 나 좀 많이 찍혔을텐데.. 사진 달라고 하고싶었지만 참았어요. ㅠㅠ)

그래도..
카메라 들고 보며 기록을 남기는 것의 장점 만큼이나,
홀가분하게 100%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는 상황의 장점도 있는 거니까.



전시회가 기대 이상인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 백색의 세계.
휘날리는 눈.
어둡고 낮은 천장을 헤매이고, 비밀스레 펼쳐지던 흰색의 세상.
아주 찰나의 순간, 흩어지는 파문.
압도적으로 흘러가던 풍경.




얼마나 크게 맞았던지. 도쿄 시티뷰 전망대의 그 화려한 저녁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거기까지 가서 아무것도 구경하지 못한 것도 전혀 아깝지 않았고....


http://www.mori.art.museum/contents/sensing_nature/exhibition/index.html

흥미로웠던 건, 입장객 누구에게나 오디오 가이드를 주면서 설명과 지시를 들려주었던 것.
다행히 알아들을만한 수준의 설명이 대부분이라 현지인놀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억을 떠올리며 드로잉을 해보아도 그런 느낌은 안나는군요.
높다란 타워 위, 그 거대하고 높은 공간에 시원시원하게 펼쳐진 스케일이, 중요했으니까 당연하겠지요.



본격적인 나홀로 아트 투어 첫 날.
고전적인 회화작품도 감상했지만,
현대미술, 그중에서도 설치미술의 비중이 컸던 날.


처음으로, '내가 설치작품들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은 날.
(심지어 하고싶기까지.. 곤란해요...)

일본 소설들을 읽을때 나타나던, 인스톨레이션에 대한 배경들이 이제사 이해가 갔어요.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 을 읽으면서 느꼈던 어색함이, 한방에 해결.
이런 전시들이 인기가 있다면, 그런 소설이 나올 법 하다고, 마음 속 깊숙히 수긍했습니다.

그것 만으로도 굉장한 수확이었던 하루.

(물론 저녁식사타임의 만남과 술자리도 즐거웠고요.)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6. 23:40

본격적인 여행의 첫 날 아침.
출근하는 친구를 배웅하고 설렁설렁, 들뜬 마음으로 준비를 마치고 새로운 길을 걸었습니다.

친구의 집은 역 3개에서 걸어서 15분. 조금 먼 역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어서
열흘간 다양한 루트로 산책을 즐겼어요.
첫 날의 아침은, 15분-20분 거리의 길을 40분은 족히 걸리게 두리번두리번.

조용한 주택가의 아침.
무엇보다 자동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조용한 길목에 멀리서 전차 소리만 들려오는 설레이는 아침.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출근길 샐러리맨,
장바구니 달고 역 앞으로 달려가는 아주머니들.
누군가의 일상 속을 느긋하게 구경하며
천천히 역에 도착, 한참동안 음악을 들으며 전차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첫 날의 코스. 록뽄기에 도착했습니다.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4. 20:40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도쿄로 들어가는 길.
가물가물하던 기억은 내려서 전철을 타러 가는 순간부터 번뜩이기 시작했고,






열차는 시내로 시내로.
복잡한 도쿄역과 거대한 신주쿠를 지나서,
다시 한번 아담한 동네로 달리고 달려,


카미샤쿠지이에 도착해서 버스를 탈 때가 되어서야 겨우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친구는 출근하고 없는 빈 집에 도착해서 짐을 두고 천천히,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처음 가는 역으로 찾아가서 두리번 두리번,
역 근처의 쇼핑몰을 탐방하다가,
역에서 이어지는 육교와 건물들 사이에
키보드 하나 놓고 노래하는 키보드 청년도 구경하고,
유유자적, 남의 '동네' 구경은 즐겁지요.




여행 첫 날의 설레이는 마음을
고요하고 아기자기한 주택가 한 켠에서 보내고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와 길거리에서 조우. 





 
그리고 그 이후는  집주인 친구와 함께 불타는 덕후 타임을 가졌다지요;;
(니노는 귀여웠어요♡)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3. 22:34

+0


아마도 때때로 그리워질,
카미샤쿠지이의 그 골목길.
조용한 주택가를 걸으며 느낀 마음들,
함께했던 음악들..



시작합니다.
2010년 10월의 여행기. 잊기 전에요.
Posted by 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