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0 japan2010. 11. 2. 22:52
토요일을 느긋하게 보낸 덕에 더욱 마음이 바빴던 일요일.

지유가오카가 좋은 곳이긴 하지만, 쇼핑을 딱히 할 것도 아니었고, 들르고 싶은 곳은 딱 하나, 아트 미터.
바쁘게 일요일에 들러야만 했던 것도 아트 미터 때문이었죠.
 http://www.art-meter.com/



말 그대로 그림을 '널어놓고' 파는 그림 가게.
아마추어, 프로의 작품을 가리지 않고, (약간의 등급제는 있습니다만) 1제곱센티미터에 3엔-6엔의 가격에 따라서 팔지요. 종이냐 캔버스냐에 따라 약간 다른 정도랄까.
주중에는 예약제로 운영되니 주말에 편안히 구경할 수 있고요. 게다가 이번 여행의 일- 월요일은 일본에선 연휴였어요. 때마침 지유가오카 지역에서 ' 女神 祭り’ 를 한다고 써 있었고,
축제 기간에 아트 미터에서는 앞마당에서 벼룩시장을 했지요. 그래서 꼭 일요일에 가야만 했습니다.

점심 즈음 도착한 아트미터에는, 두세 팀이 오밀조밀 벌려놓은 상태였고요,
나올때쯤 몇 팀이 더 있었고..
주로 간단한 소품이나 엽서, 작은 드로잉, 작은 공예품들이 있었어요.
귀여운 엽서만 두개 사서 나왔습니다.

가게 가득히 '걸려있는' 그림들을 흝어보며 이런 가게가 굴러가고있다는 현실이 참 부럽기도 했고요.
물론 맘편히 부러워할 만한 상황은 아니겠습니다만...
첫 일정부터 생각이 많아지던 일요일. 머리가 무거웠습니다.




근처에 있는, 사진찍는 사람들은 많이들 아시는 '뽀빠이 카메라' 도,
사정없이 구석구석에서 몰려오는 뽐뿌에 괴로운 것도 잠시..
그보다는 다양한 취미와 취향이 공존하는 상황이 부러웠을 뿐.


일요일의 지유가오카, 축제의 거리는
골목 골목 떠들썩한 벼룩시장과 특설 코너로 달뜬 분위기.
상점가 한쪽에선 특별이벤트, 무언가의 인기투표와 테니스 대진표를 바라보며 시끄럽던 사람들.

오샤레- 한 아주머니들이 고고하게 걷고 있는 골목 곁에는
초등학생들이 알록달록 모자를 쓰고 반바지 차림으로 뛰어다니며 공을 던지고..




에비스로 이동해서 친구와 밥을 먹고, (정말 밥만 먹고 헤어짐. 쿨한 오타쿠의 우정입니다..)

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헤매서 나디프 아파트에 찾아갔습니다.



http://www.nadiff.com/home.html
갤러리와 아트샵이 공존하는 나디프 아파트먼트.
1층의 아트샵은 정말이지 보물창고에요....
두껍고 비싸고 무거운 외서 서가는 거의 보지도 못했지만,
흔히 보기 힘든 책들이 옹기종기, 그것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게 꽂혀있는 모습은 참으로 유혹적이지요.
어찌나 아기자기하게 예쁜 상품들이 많은지..

'흔치않은' 아트북들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너무 많이 다닌 탓에
'어딜 가든 계속 볼 수 있었던' 괜찮은 책들을 지금 해외주문으로 찾아보니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워진, 지금의 상황이지만요.


나디프까지 돌아보고 터져버릴 것 같은 머리를 움켜쥐고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로....
비어 박물관 앞까지 가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커피젤리만 사 먹고 도쿄도 사진미술관으로 들어갔습니다.
http://www.syabi.com/
피곤해서 그냥 돌아가서 쉬려다가, 아무래도 에비스를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흑백 사진 포트레잇 전은, 두통약 챙겨먹고 힘내서 들어간 보람이 있을 정도였지요.

넓고 화려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그 비싼 쇼핑과 소비의 동네에
이렇게 좋은 곳도 있다니 좀 부러웠습니다.
아늑하고 넓직한 미술관 가득한 소장품들이 부럽고,
그냥 미술관 1층의 샵인데,
나디프 본점도 갔다오는 길인데 왜 또 여기에만 있는 상품들과 사진들이 저를 현혹시키는 것인지.


사진 좋아하시는 분들. 꼭 가보세요. 두둑한 지갑으로요.. 득템을 보장합니다.
+ 미술관안에 있는 자료실, 도서실도 굉장하다던데 시간이 촉박해서 못 들어갔습니다.



글쎄요.
머리는 한층 무거워졌고 거기까지 가서 가든플레이스에서  아이쇼핑도 못해보고 , 맥주박물관은 발길도 못 디뎌 본 것도, 후회스럽지 않던 하루입니다.





Posted by 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