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0 japan2010. 11. 8. 23:33
시끌벅적한 휴일의 한낮을 구경하다
친구가 먼저 귀가하고,

혼자 남아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여행중 단 하루, 호텔에 묵었던 날.)
네시반 즈음부터 해가 슬쩍 저물기 시작하는 풍경을 보러 나왔습니다.

야마시타 공원에서
아카렌가 창고앞으로,
광장을 가득 메운 옥토버 페스트의 인파를 구경하고
유람선 승강장을 지나서
미나토 미라이의 한 복판으로,


천천히, 해가 저무는 항구를 조용히 혼자 거닐었던 시간.

새파랗던 하늘에 조금씩 구름이 드리우고,










조금씩 어두워지는 항구를 따라,
저 멀리 보이는 퀸스 빌딩과 관람차를 향해 걸어가  미나토미라이 한 복판에 다다르니 저녁 여섯시 즈음,
완전히 깜깜해진 하늘과 서서히 화려해지는 불빛들.

코스모 월드가 눈앞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서늘한 바닷 바람, 따스한 공기를 만끽하다가...

다시금 왔던 길을 되짚어 천천히 돌아갔습니다.












해상 공원까지 다시 돌아와 바라본 풍경은
낮에 보았던 느낌과는 또 달랐고,

가득하던 휴일 오후의 인파 대신
조용히 벤치마다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과,
둘씩 둘씩 사이좋게 거닐고 있는 수많은 커플들.

아카렌가 창고는 떠들썩한 쇼핑몰이었지만
그 테라스에서 바라본 코스모 월드는 어찌나 외롭던지.

선착장까지 걸어올라가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보석처럼 반짝이고...

머릿속을 맴돌던 수많은 단어들.
이곳을 이야기했던 수많은 기억들과 덧붙여진 후회와 한숨, 원망과 미련들을
조용히 띄워보낸 저녁.

해가 저무는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는 날이 얼마나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여행자의 사치이지요.  
이렇게 완연한 '데이트 코스' 를 혼자서 구경해도
난 외국인이니까 괜찮다며 여기저기 기웃기웃.


오래된 건물들과
잘 조성된 공원, 걷기좋은 항구의 풍경을 걸으면서
이곳이 그리워질 게 뻔하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리고 지금은 벌써 그립습니다.
드로잉북 하나 카메라 하나 들고 하염없이 바다 앞 벤치에 앉아있고 싶었던, 여행의 엿새째 날 밤.



Posted by 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