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0 japan2010. 11. 8. 23:33
시끌벅적한 휴일의 한낮을 구경하다
친구가 먼저 귀가하고,

혼자 남아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여행중 단 하루, 호텔에 묵었던 날.)
네시반 즈음부터 해가 슬쩍 저물기 시작하는 풍경을 보러 나왔습니다.

야마시타 공원에서
아카렌가 창고앞으로,
광장을 가득 메운 옥토버 페스트의 인파를 구경하고
유람선 승강장을 지나서
미나토 미라이의 한 복판으로,


천천히, 해가 저무는 항구를 조용히 혼자 거닐었던 시간.

새파랗던 하늘에 조금씩 구름이 드리우고,










조금씩 어두워지는 항구를 따라,
저 멀리 보이는 퀸스 빌딩과 관람차를 향해 걸어가  미나토미라이 한 복판에 다다르니 저녁 여섯시 즈음,
완전히 깜깜해진 하늘과 서서히 화려해지는 불빛들.

코스모 월드가 눈앞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서늘한 바닷 바람, 따스한 공기를 만끽하다가...

다시금 왔던 길을 되짚어 천천히 돌아갔습니다.












해상 공원까지 다시 돌아와 바라본 풍경은
낮에 보았던 느낌과는 또 달랐고,

가득하던 휴일 오후의 인파 대신
조용히 벤치마다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과,
둘씩 둘씩 사이좋게 거닐고 있는 수많은 커플들.

아카렌가 창고는 떠들썩한 쇼핑몰이었지만
그 테라스에서 바라본 코스모 월드는 어찌나 외롭던지.

선착장까지 걸어올라가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보석처럼 반짝이고...

머릿속을 맴돌던 수많은 단어들.
이곳을 이야기했던 수많은 기억들과 덧붙여진 후회와 한숨, 원망과 미련들을
조용히 띄워보낸 저녁.

해가 저무는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는 날이 얼마나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여행자의 사치이지요.  
이렇게 완연한 '데이트 코스' 를 혼자서 구경해도
난 외국인이니까 괜찮다며 여기저기 기웃기웃.


오래된 건물들과
잘 조성된 공원, 걷기좋은 항구의 풍경을 걸으면서
이곳이 그리워질 게 뻔하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리고 지금은 벌써 그립습니다.
드로잉북 하나 카메라 하나 들고 하염없이 바다 앞 벤치에 앉아있고 싶었던, 여행의 엿새째 날 밤.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1. 7. 21:13
드디어 여행도 반이 지나가고,
계획했던 하코네 행은 취소했지만 친구랑 요코하마로 향했습니다.
월요일이었지만 이날 일본은 공휴일이었어서..
정말로 북적북적, 너무나 휴일다웠던 날.

중화가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시간.

'요코하마에 가는 날만은 맑았으면 좋겠다' 고 내내 빌었던 탓인지,
거의 한여름 날씨. 햇살은 반짝, 수준이 아니라 쨍쨍.









사람들로 가득한 휴일의 관광명소.
대로를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로 호객하는 인력거, 수많은 노점상들.
가족단위, 커플들, 각종 모임들로 북적이는 음식점들을 헤매이다가
바이란 야키소바세트, 에비칠리 덮밥, 고기만두, 버블티도 먹고...

중화가의 바로 앞, 야마시타 해상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새파란 하늘,
새파란 바다.
햇빛을 받아 새하얕게 반짝이는 커다란 배, 항구.
잔디밭에 소풍나온 사람들, 수많은 강아지 고양이와 산책하는 가족들,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고 여념이 없는 거리 공연하는 마임이스트에 기타하나 둘러매고 노래하는 사람들까지.

휴일 기분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도 꽤나 즐겁습니다.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1. 2. 22:52
토요일을 느긋하게 보낸 덕에 더욱 마음이 바빴던 일요일.

지유가오카가 좋은 곳이긴 하지만, 쇼핑을 딱히 할 것도 아니었고, 들르고 싶은 곳은 딱 하나, 아트 미터.
바쁘게 일요일에 들러야만 했던 것도 아트 미터 때문이었죠.
 http://www.art-meter.com/



말 그대로 그림을 '널어놓고' 파는 그림 가게.
아마추어, 프로의 작품을 가리지 않고, (약간의 등급제는 있습니다만) 1제곱센티미터에 3엔-6엔의 가격에 따라서 팔지요. 종이냐 캔버스냐에 따라 약간 다른 정도랄까.
주중에는 예약제로 운영되니 주말에 편안히 구경할 수 있고요. 게다가 이번 여행의 일- 월요일은 일본에선 연휴였어요. 때마침 지유가오카 지역에서 ' 女神 祭り’ 를 한다고 써 있었고,
축제 기간에 아트 미터에서는 앞마당에서 벼룩시장을 했지요. 그래서 꼭 일요일에 가야만 했습니다.

점심 즈음 도착한 아트미터에는, 두세 팀이 오밀조밀 벌려놓은 상태였고요,
나올때쯤 몇 팀이 더 있었고..
주로 간단한 소품이나 엽서, 작은 드로잉, 작은 공예품들이 있었어요.
귀여운 엽서만 두개 사서 나왔습니다.

가게 가득히 '걸려있는' 그림들을 흝어보며 이런 가게가 굴러가고있다는 현실이 참 부럽기도 했고요.
물론 맘편히 부러워할 만한 상황은 아니겠습니다만...
첫 일정부터 생각이 많아지던 일요일. 머리가 무거웠습니다.




근처에 있는, 사진찍는 사람들은 많이들 아시는 '뽀빠이 카메라' 도,
사정없이 구석구석에서 몰려오는 뽐뿌에 괴로운 것도 잠시..
그보다는 다양한 취미와 취향이 공존하는 상황이 부러웠을 뿐.


일요일의 지유가오카, 축제의 거리는
골목 골목 떠들썩한 벼룩시장과 특설 코너로 달뜬 분위기.
상점가 한쪽에선 특별이벤트, 무언가의 인기투표와 테니스 대진표를 바라보며 시끄럽던 사람들.

오샤레- 한 아주머니들이 고고하게 걷고 있는 골목 곁에는
초등학생들이 알록달록 모자를 쓰고 반바지 차림으로 뛰어다니며 공을 던지고..




에비스로 이동해서 친구와 밥을 먹고, (정말 밥만 먹고 헤어짐. 쿨한 오타쿠의 우정입니다..)

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헤매서 나디프 아파트에 찾아갔습니다.



http://www.nadiff.com/home.html
갤러리와 아트샵이 공존하는 나디프 아파트먼트.
1층의 아트샵은 정말이지 보물창고에요....
두껍고 비싸고 무거운 외서 서가는 거의 보지도 못했지만,
흔히 보기 힘든 책들이 옹기종기, 그것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게 꽂혀있는 모습은 참으로 유혹적이지요.
어찌나 아기자기하게 예쁜 상품들이 많은지..

'흔치않은' 아트북들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너무 많이 다닌 탓에
'어딜 가든 계속 볼 수 있었던' 괜찮은 책들을 지금 해외주문으로 찾아보니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워진, 지금의 상황이지만요.


나디프까지 돌아보고 터져버릴 것 같은 머리를 움켜쥐고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로....
비어 박물관 앞까지 가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커피젤리만 사 먹고 도쿄도 사진미술관으로 들어갔습니다.
http://www.syabi.com/
피곤해서 그냥 돌아가서 쉬려다가, 아무래도 에비스를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흑백 사진 포트레잇 전은, 두통약 챙겨먹고 힘내서 들어간 보람이 있을 정도였지요.

넓고 화려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그 비싼 쇼핑과 소비의 동네에
이렇게 좋은 곳도 있다니 좀 부러웠습니다.
아늑하고 넓직한 미술관 가득한 소장품들이 부럽고,
그냥 미술관 1층의 샵인데,
나디프 본점도 갔다오는 길인데 왜 또 여기에만 있는 상품들과 사진들이 저를 현혹시키는 것인지.


사진 좋아하시는 분들. 꼭 가보세요. 두둑한 지갑으로요.. 득템을 보장합니다.
+ 미술관안에 있는 자료실, 도서실도 굉장하다던데 시간이 촉박해서 못 들어갔습니다.



글쎄요.
머리는 한층 무거워졌고 거기까지 가서 가든플레이스에서  아이쇼핑도 못해보고 , 맥주박물관은 발길도 못 디뎌 본 것도, 후회스럽지 않던 하루입니다.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30. 12:04
이번 여행 열흘중에서 유일하게 비가 온 토요일.
다른 날은 10분정도 보슬비가 지나가는 수준이었지만..
이날은 본격적으로 주룩주룩, 비가 내렸습니다.

아침 보슬비를 맞으며 귀가하고
정신차리고 집을 나서니 이미 오후...




비오는 오기쿠보를 들러서,
곧장 찾아간 니시오키쿠보. 西荻窪.
다른 곳들도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서점 'nomad'였어요.

여행길에 들르고 싶었던 여행서점.
(또 하나의 여행서점 246은 못갔습니다만..)


말 그대로 여행 서점. http://nomad-books.co.jp/
가이드 북, 여행 에세이, 지도, 할 것 없이 수많은 여행관련 책들과
조금 특이하고 잘 구경하기 힘든 책들도 많지요.

작년에 구입하고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탐내서 부탁받은 tamioo일기를 하나 더 구입하고,
http://www.tamioonews.com/
-위의 링크에 그 책이 나옵니다. 매력적인 여행 책.

수많은 책들에 침흘리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작은 서점에서 한시간도 넘게 있었던 듯...
(주인 아저씨는 계속 트위터 하시던데........말이라도 해볼껄 그랬나요.)

소심하게 물어보고 책표지만 잔뜩 찍어왔지요. 무겁고 비싸니 많이 살 수도 없고....
마음에 들었던 책들.
- 세계의 핫 드링크(세계 시간에 따라서 티타임과 음료 레시피를.),  도쿄 공원 산책, 도쿄 북 내비, 도쿄 아트내비, 토일렛 맵(화장실이 특이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한 시티투어라니요.) ,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핸드메이드 잡화 작가들 인터뷰..) 약속장소안내 가이드......
그 작은 서점 안에 보물찾기처럼 끝없이 발견되는 책들, 책들.



아쉽게 수많은 책들을 놓고 돌아서서,
빗줄기가 거세지는 동네 길을 걸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비가 오는 김에 그대로 신주쿠로 향했습니다. (니시오기쿠보는 키치죠지 옆, 같은 츄오센 라인이니까 그게 편하기도 하고요.)
날씨가 안좋을때는 대형 쇼핑몰이 편한 법.

몇번째 가는건지 기억도 할 수 없는
타카시마야 타임즈 스퀘어에서.
6층짜리 서점의 두 층을 뒤지고, (어린이책 한 층, 미술서적 한 층..)
수많은 책들을 이름만 메모하고...
일본화 기법 책을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책 한권에 4000엔이 넘는건 아무래도 좀. 망설여지지요...
물론 거기까지 갔으니 도큐핸즈에서 문구류도 봐야 하고요,
사랑해마지 않는 지하 식품관에서 갖가지 먹거리를 사들고 귀가한 하루.








촉촉히 비내리는 거리를 걷고
어둠속에 빛나는 플랫폼에 서서 멍하니 전차를 갈아타고.
익숙하고 조용한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비에 젖어 반짝이던  날의 산책.
때로는 조용히 반짝이는 날들이 마음에 들지요.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8. 21:22
이틀째 날, 신주쿠에서 get wild를 들으며 방황하다 결심한 한가지 미션을 수행하러,
셋째날은 키치죠지로 향했습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
문 연 가게가 반도 되지 않는 나카미치를 산책하며 기웃거리다가
아침부터 하라 도넛 하나 손에 들고,
공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 햇살 쬐며 도넛 먹으며 ap를 들었지요.
(나라쨩, 나 미션 수행!)



11시는 넘어야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으니,
인적 드문 쇼핑가, 주택가 사이사이를 구경하며 화창한 오전 햇살을 즐기고.


골목 골목을 헤매이고, 사람 구경, 진열장 구경, 책 구경...
tom's box와 百年을 들러서
찜해놓았던 샤포르쥬에서 런치 세트를 먹고.
(맛있었습니다. 카니크림 고로케.... 새우튀김도 햄버그도 좋았지만.)
이틀 연속 경양식 점심식사에, 대부분 가게 내부에는 젊은 사람과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반반.
젊은이들이 쇼핑하는 거리, 놀러다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곳인데도
보통 주택가와 뒤섞여 있는 덕인지.
차려입고 놀러다니는 커플들만큼  장바구니 들고 뛰어가는 젋은 엄마들, 세탁물 찾아가는 할머님, 화분 구경하시는 할아버님.. 들이 눈에 띄었어요. 꽤나 신기하고 한가로운 기분.










가보고 싶었던 갤러리인 re:tail 도 들러보고, 옆의 poool도 들르고.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금요일 오후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작년의 기억을 되살려 번화한 쇼핑타운을 뒤지고,
두 손 가득 무겁게 쇼핑하고 집에 가려다가,
새로 생긴 아트레에 들어갔더니 이건 뭐. 천국이더군요.
신주쿠의 백화점 지하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먹거리들이 입점한 덕에 꽤나 자주 이용했습니다.
지금쯤 오픈했을 코피스까지 합치면...
그 자그마한 키치죠지 거리와 , 썬로드와 요도바시, 파르코, 아트레..쇼핑타운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여기서 삼박 사일쯤 놀아도 괜찮을 듯 했어요.

면접보러 간 친구랑 나눠먹으려고 마이센의 가츠샌드를 사고...

하루종일 돌아다녔어도 반도 채 돌아보지 못했다는 기분이었지만,
아침 햇살부터, 저녁 인파의 화려함까지 풍족했던 하루.







물론 그 이후에는 집주인 친구와 본격적인 오타쿠 타임..
오랫만의 이자카야는 뭘 먹어도 맛있었고
11시를 기다려 간 가라오케 프리 타임은 결국 5시까지 꽉- 채워 놀았고.
게다가 무슨 노래방 마이크가 오디오테크니카 인지 깜짝 놀랐고,
본격 터치 스크린 리모콘+검색기는 참 편하고 좋았지만,
무작정 책을 뒤적이다 잊고있던 노래를 발견하는 기쁨은 줄어들었으니, 반반이랄까요.

새벽길엔 보슬비가 솔솔 내렸고,
집에 가는 길에 지나는 커다란 공원가로 비냄새 맡으며 지치고 들뜬 마음으로 귀가했지요.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7. 23:11
맘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이었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곳 몇가지 정도는 있었지요.

그중 꽤 우선순위가 높았던 것이 록뽄기 힐스의 모리 미술관.

록뽄기 아트 트라이앵글 (모리미술관- 산토리 미술관- 도쿄 신 미술관) 을 모두 관람하기에는 이번에도 실패.
산토리에서 하는 전시는 때가 안맞았어요.

하지만 나머지 두 곳의 전시와 21-21의 전시가 매우, 매우,궁금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미드타운에 도착, 밥을 먹고 힘을 내서 21-21 디자인사이트로 먼저.
(하야시구락부의 하야시라이스는 이번에도 대 성공. 여행의 시작에 어울렸어요.)


미드타운 뒤편의 작은 공원에,
납작하게 엎드려 붙어있는 저 미술관의 전시공간은 거의 지하입니다.
구조도 맘에 들고. 항상 감탄스러운 전시내용과 디스플레이였고요.

이번 전시를,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지.
관객참여 유도형- 을 벗어나서, '직접 참가해야만 전시가 성립하는' 특이한 전시회였어요.

직접 움직이고, 입력하고, 눌러보고,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타국에 와 있다는 느낌도 거의 없이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일본어 설명문과 지시문들에
저에게는 매우 하드한 전시이기도 했지만요.
http://www.2121designsight.jp/program/id/installation.html



한시간여 머무르고, 혼이 반쯤 나간 상태로
처음 찾는 국립신미술관으로.
대형 전시일꺼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큰 건물에서 많은 전시를 하고 있었기에....
굉장히 지치게 된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관람한 것은 반고호전, shadows전.
반 고호의 자화상이나, 어쩐지 눈물이 나려고 하던 생 레미 요양원의 정원 그림이나...
뭐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노란 방을 전시하면서 노란 방에 대한 스케치나 설명을 넘어서서,
직접 모형으로 구현하고, 3d로 노란 집을 하나하나 설명해놓은 모습은
너무나 일본다워서 할말이 없었고요.

그림자 전은,
소장품특별전이라 소소하게 보려 했더니
예상외로 방대한 수많은 작품들에....
무엇보다 거대한 그림자 설치 작품들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다음엔 꼭, 일행들과 함께 와서 신미술관 3층 원뿔 위의 레스토랑에서 코스도 먹어보겠다고 다짐도 하고요.


손 꼽히는 대형 전시를 한번에 몰아서 봐야만 하는 코스라니 참으로 가혹하지만....




커다란 전시 세가지에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을 맛보고
록뽄기 힐스 맞은편에 가서 잠시 쉬며 핫초코를 먹으며 머릿속을 정리하고. (http://www.lcdh.jp/)




마지막 코스였던 모리미술관은,
그 화려한 모리타워 52층. 시티뷰, 그러니까 전망대와 함께 있습니다.
비싼 입장료이지만 시티뷰까지 한번에 입장이고....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을만한 전시를 한다는 평이고요.
도쿄 5번 방문에 처음으로 전시 기간과 여행기간이 맞았어요.

항상 그렇듯이 무거운 가방을 통째로 로커에 넣어두고 가볍게 전시장에 들어간 것이 실수.
설치 전시가 촬영을 허가하다니, 생각도 못 했지요.
앞서 본 3개의 전시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도 한몫했고요.

돌아보는 내내 마주치던 펜탁스 mx들고 다니는 남자분. 어찌나 부럽던지.
(그 화각에 나 좀 많이 찍혔을텐데.. 사진 달라고 하고싶었지만 참았어요. ㅠㅠ)

그래도..
카메라 들고 보며 기록을 남기는 것의 장점 만큼이나,
홀가분하게 100%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는 상황의 장점도 있는 거니까.



전시회가 기대 이상인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 백색의 세계.
휘날리는 눈.
어둡고 낮은 천장을 헤매이고, 비밀스레 펼쳐지던 흰색의 세상.
아주 찰나의 순간, 흩어지는 파문.
압도적으로 흘러가던 풍경.




얼마나 크게 맞았던지. 도쿄 시티뷰 전망대의 그 화려한 저녁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거기까지 가서 아무것도 구경하지 못한 것도 전혀 아깝지 않았고....


http://www.mori.art.museum/contents/sensing_nature/exhibition/index.html

흥미로웠던 건, 입장객 누구에게나 오디오 가이드를 주면서 설명과 지시를 들려주었던 것.
다행히 알아들을만한 수준의 설명이 대부분이라 현지인놀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억을 떠올리며 드로잉을 해보아도 그런 느낌은 안나는군요.
높다란 타워 위, 그 거대하고 높은 공간에 시원시원하게 펼쳐진 스케일이, 중요했으니까 당연하겠지요.



본격적인 나홀로 아트 투어 첫 날.
고전적인 회화작품도 감상했지만,
현대미술, 그중에서도 설치미술의 비중이 컸던 날.


처음으로, '내가 설치작품들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은 날.
(심지어 하고싶기까지.. 곤란해요...)

일본 소설들을 읽을때 나타나던, 인스톨레이션에 대한 배경들이 이제사 이해가 갔어요.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 을 읽으면서 느꼈던 어색함이, 한방에 해결.
이런 전시들이 인기가 있다면, 그런 소설이 나올 법 하다고, 마음 속 깊숙히 수긍했습니다.

그것 만으로도 굉장한 수확이었던 하루.

(물론 저녁식사타임의 만남과 술자리도 즐거웠고요.)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6. 23:40

본격적인 여행의 첫 날 아침.
출근하는 친구를 배웅하고 설렁설렁, 들뜬 마음으로 준비를 마치고 새로운 길을 걸었습니다.

친구의 집은 역 3개에서 걸어서 15분. 조금 먼 역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어서
열흘간 다양한 루트로 산책을 즐겼어요.
첫 날의 아침은, 15분-20분 거리의 길을 40분은 족히 걸리게 두리번두리번.

조용한 주택가의 아침.
무엇보다 자동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조용한 길목에 멀리서 전차 소리만 들려오는 설레이는 아침.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출근길 샐러리맨,
장바구니 달고 역 앞으로 달려가는 아주머니들.
누군가의 일상 속을 느긋하게 구경하며
천천히 역에 도착, 한참동안 음악을 들으며 전차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첫 날의 코스. 록뽄기에 도착했습니다.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4. 20:40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도쿄로 들어가는 길.
가물가물하던 기억은 내려서 전철을 타러 가는 순간부터 번뜩이기 시작했고,






열차는 시내로 시내로.
복잡한 도쿄역과 거대한 신주쿠를 지나서,
다시 한번 아담한 동네로 달리고 달려,


카미샤쿠지이에 도착해서 버스를 탈 때가 되어서야 겨우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친구는 출근하고 없는 빈 집에 도착해서 짐을 두고 천천히,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처음 가는 역으로 찾아가서 두리번 두리번,
역 근처의 쇼핑몰을 탐방하다가,
역에서 이어지는 육교와 건물들 사이에
키보드 하나 놓고 노래하는 키보드 청년도 구경하고,
유유자적, 남의 '동네' 구경은 즐겁지요.




여행 첫 날의 설레이는 마음을
고요하고 아기자기한 주택가 한 켠에서 보내고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와 길거리에서 조우. 





 
그리고 그 이후는  집주인 친구와 함께 불타는 덕후 타임을 가졌다지요;;
(니노는 귀여웠어요♡)

Posted by 유니~
여행/2010 japan2010. 10. 23. 22:34

+0


아마도 때때로 그리워질,
카미샤쿠지이의 그 골목길.
조용한 주택가를 걸으며 느낀 마음들,
함께했던 음악들..



시작합니다.
2010년 10월의 여행기. 잊기 전에요.
Posted by 유니~
여행/2009 japan2009. 4. 19. 20:27
사실 마지막 날, 바쁘게 움직이면,
록뽄기 신미술관에서 새로 하는 루브르전을 보거나
나카메구로의 카우북스, 혹은 메지로의 포포타무정도는 갈 수 있었겠지만.

느지막히  짐을 싸서 맡기고 나와서 택한 마지막 행로는

그저, 그동안의 행적을 잠시 돌아보는 코스.


신주쿠의 솜포미술관을 다시 들러서 잔뜩 흐린 하늘 아래 신주쿠를 바라보다가
고호 그림앞에 다시 앉아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천천히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예전의 마이시티,
지금의 루미네 est. 를 오랫만에 들러서  돌아보고, 신주쿠 동쪽 광장들을 바라보고,
보슬비 내리는, 알타 앞을 거닐다가,
언제 들러도 번잡한 신주쿠 역 안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와이어드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트렁크 끌어안고 나리타로 향했습니다.


보슬비 살금살금 내리던 도쿄의 마지막 날,
비오는 야마노테선 안에서 듣던 heart station 은 절묘하게 어우러졌고,
못가본 곳들 아쉬운 것들 하나가득이지만...

언제 또 올지 모른다며 아쉬워했던 도쿄 여행이 이것으로 네번째이니.
어떻게든 또 가겠지요.
어차피 가장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여행지이고,
해외에 혼자 가도 매일 저녁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정도로 지인들이 있고.
...말 그대로 가장 만만한 아지트같은 곳.

무리하지 않고도 서울에서와 같은 현지인놀이를 즐길 수 있되
같고 또 다른 여행지로서,
아마도 계속 그렇게 찾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적어도 저 혼자는.



체크해놓고 못 가본 곳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얻어온 정보들.

후타고타마가와 역과 근처 온천,, http://www.setaonsen.co.jp/
아직도 못 가본 지유가오카, 그림 파는 아트미터. http://www.art-meter.com/
인테리어 & 북, 카페겸 샵. http://www.limart.net/
도쿄돔 유원지&스파, http://www.toshimaen.co.jp/index.html
칸다역 근처, 북아트 & 바인더, 서점, http://www.misuzudo-b.com/
결국 아직도 못가본 시모키타자와, 오래된 장난감과 책 가게. http://www.mokuyohkan.co.jp/
직접굽는 빵과 책이 있는, http://rumlamb.tea-nifty.com/
메지로, 책과 장난감 이 있는 카이노 고토리, http://www.asahi-net.or.jp/~sf2a-iin/92.html
역시 메지로의 포포타무, http://popotame.m78.com/
밥도 팔고 책도 팔고 전시도 하는, http://www18.ocn.ne.jp/~rojicafe/index.html

신주쿠에서 서쪽으로 한참,  하치오지 역의,
http://www.fujibi.or.jp/index.html 후지 미술관,
http://www.murauchi.net/museum/ 무라우치 미술관.
둘다 소장품이 ㄷㄷㄷ...
긴자근처 미술관, http://www.idemitsu.co.jp/museum/index.html
시나가와 근처, 현대미술로 유명한 http://www.haramuseum.or.jp/generalTop.html
예전에 공연보러 갔던 국제포럼에 있는 미츠오 미술관. http://www.mitsuo.co.jp/museum/index.html
정원과 건물이 예쁜 메구로의 도쿄도정원미술관. http://www.teien-art-museum.ne.jp/index.html
바로 근처에 붙어있는 마츠오카 미술관, http://www.matsuoka-museum.jp/
도쿄대 구경겸  산책하기 좋았던 유메지 미술관. http://www.yayoi-yumeji-museum.jp/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옆, 일본 민예관. http://www.mingeikan.or.jp/index.html
하라주쿠 근처의 재밌어보이는 갤러리, http://www.thorntree.jp/index.html

먹거리까지 정리하긴 힘들꺼 같고..

http://www.shitamachi.jp/
http://www.mapion.co.jp/
http://www.jalan.net/
http://www.museum.or.jp/
이정도...면 링크타고 정보찾기 쉽고요.

...도쿄에서만 아직도 갈 곳이 많아요.

도쿄근교 이외에도 많은거고요.
날아가면 아까운 즐겨찾기 리스트중 일부, 에 불과하지만.
스이카도 가지고 있으니 조만간 또 가리라...
크게 준비하지 않고도  갑자기 휘리릭, 갈 수 있을꺼라고. 다짐해두는 중입니다.

이제 여행의 기록은 끝.
한권 가득 노트해둔  여행수첩은 접어두고, 복귀해야죠.

Posted by 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