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을 때 문득 문득 스치듯 생각나는 것이,
작년에 갔던 도쿄,
그것도, 여행의 초반부에 조용히 묵었던 칸다의 숙소 근처 길을 걷던 느낌이에요.
종일 돌아다니며 눈에 가득 마음에 가득 담고,
어슴프레 어두워진, 고요한, 하루가 끝난 오피스가를 걸어 숙소로 돌아가던 길의 그 느낌.
지친 하루,
여전히 새로움이 가득하고 어색한, 아주 살짝 익숙해진 길을 걸으며
살짝 돌아가볼까, 저쪽 골목에 불빛이 보인다 눈치보다가도
술취한 아저씨들의 시끄러움을 피하고자 발길을 돌려,
모두가 퇴근하고 조용한 도시락집, 이미 셔터가 내려진 사무용품 가게들을 지나
먹먹히 불 밝힌 자판기들 앞을 구경하며 지나
커다란 고가도로가 지나는 교차로 앞,
조그만 편의점과 조그만 간판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한 걸음을 옮기던,
수많은 먼지와 수많은 목소리들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그 낯선 길이,
자꾸 생각나서 죽겠네요.
예전 예전 여행의, 시끌벅적한 신주쿠 밤거리만큼이나 그리워질 듯한,
그 조용한 치요다구의 저녁.
지난달엔 미국, 유럽 여행기를 하나씩.
지난주엔 교토 여행기를 두 권,
그리고 오늘도 새로 빌려온 교토 여행기,
동유럽 여행기...
여행기와 가이드북보다도 더 큰 자극이 되는건, 그 거리가 배경이 되어 나오는 모든 스토리, 들이지요.
수많은 만화와 소설, 음악 속에서 도쿄가 친숙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가고싶어 했었을까요.
그 음악을 처음 들었던 것이 그날 그 도쿄의 밤이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고...
심야식당을 펼쳐들때마다 신주쿠 2쵸메의 그 화려하고 슬펐던 밤거리가 생각나듯, 말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곳들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탐독해야겠어요.
다른, 이야기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