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여행마다, 예상을 벗어나는 일정이 생기기 마련.
전날의 일정중에 발견한 포스터 덕분에, 남아있는 곳들을 수없이 저울질 하다가 사이타마로 향했습니다.
(센가와는 나중에.. 세타가야도 나중에..ㅠㅠ)
사이타마현립 근대 미술관, 에서 앤드류 와이어스 전을 하고 있었어요.
미술관은 공원 안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http://www.momas.jp/
집에서부터는 한시간이 넘는 전철 여행을 거쳐서,
조용한 공원 한 켠을 지나,
의외로 꽤 크고 현대적인 미술관으로 들어서니, 꽤 볼만한 충실한 전시가 있었고요.
헬가 시리즈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올슨가의 집 시리즈와 크리스티나를 볼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는 오지 않을 듯한 전시니까. 뛰어가서 보길 잘 한듯..
무엇보다..
섬세하고 진득한 수채화 한 점을 그리기까지 수많은 스케치와 드로잉과 습작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서...
그 치열한 연구의 흔적에 감탄.
또 감탄한건,
일본 내에 이 작가의 팬들이 열심히 자체적으로 활동을 하고 전시를 유치하고 작가도 초청했었다는, 것.
전시 마지막에 연표와 홍보(?) 활동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작가를 벌써 10회째나 전시할 수 있었다니. 역시 오타쿠의 힘은 위대해..(음? 그게 아닌가..)
전시를 보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서둘러 바쿠로쵸로 향했고...
http://www.art-eat.com/
이 가게는 쉽게 말해서 갤러리 카페. 밥도 팔고 차도 팔고 전시도 해요.
이곳의 런치시간이 끝나기 전에 겨우 가서 먹었지요.
한적한 나무 테이블과 음악소리, 조용한 식사를 즐기며 그림을 바라보는 기분은,
우리동네 카페 ㄱㅎ에 앉아있는 것 같았고.
2층에 위치한 art+eat 옆 가게는, 꼭 찾아가려고 했었던 foil갤러리.
foil의 책들이 너무 탐나서 말이죠...
마침 지난 달에 갤러리 팩토리에서 전시한걸 보고 꼭 가보려고 했었습니다.
전시도 보고, 비치된 책들을 뒤적이다가 도서 목록도 하나 얻어서 나왔고요...
아마, 사진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foil을 아실껍니다.
카와구치 린코의 책들이 많이 알려져있지요.
http://www.foiltokyo.com/book/booklist.html
그 위층의 장난감 가게도, 문구점도,
지하의 알파엠도 다 둘러보니 두어시간은 훌쩍.
그러니까, 건물 하나가 거의 다 갤러리나 서점등의 특별한 공간들이었어요.
알파 엠 건물이 위치한 바쿠로쵸 지역은,
그저 조용한 사무 빌딩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지요.
긴자와도 가깝지만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아사쿠사바시, 니혼바시의 중간 지점이니 더욱 번화할 만도 하지만..
그렇지만 이 동네는 지난번 도쿄여행에서의 우리 집, 칸다 플랙스테이에서 10분거리라...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조용히 산책하면서 혼자 슬며시, 웃음지었습니다.
늦은 오후, 해 저무는 칸다와 이와모토쵸 교차로를 지나 집에 들어가던, 그때 그 기억이 되살아나서..
사실 여행 후 한동안 가장 그리웠던 것이었으니까요.
+
그리고 이날 늦은 오후부터는, 또 친구와 만나서 오타쿠 투어를 즐겼다는 이야기.
(원래 요시모토까지 갈 생각은 아니었었다구요.. 어쩌다보니 공연장에 앉아있더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