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막바지, 지친 저녁.
잠시 지친 몸을 쉬다가 다시 시부야의 저녁 거리로 나갔던, 저녁 시간.
사랑해마지않는 uematu에 들러 물감을 잔뜩 사고,
항상 다른 곳을 가려다 도쿄로 향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화방 몇 군데.
결정적으로 반해버린 분채 몇 개.
대형 브랜드로 유통되지 않는 제품들을 구하기는 번거롭지만,
번거로움을 무릅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선명한 발색에...
일본화 재료를 사용하는 한,
도쿄를 계속 가게 되겠지요. 아마도.
지친 상태에서라도 꼭 가야만 했던 화방을 들르고 나니 해는 지고...
며칠전, 분카무라 미술관에 가며 걸었던 길들을 그대로 되짚어 다니며 걷다가..
시부야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쯔타야에 들어가
책을 몇권 뒤적이다,
레코드 매장의 청음코너에서 헤드폰을 집어들고는.
멍하니 한참동안 음악을 들으며 서성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아마도 가장 굶주렸던 것이 음악이었는지.
이동하면서 mp3를 들을 때도 있었지만 , 부족했던가봐요.
한참을 우타다 신보에 취해있다가,
이어폰을 끼고 거리로.
시끌벅적한 봄방학의 저녁.
여기저기 오가는 아이들과, 퇴근하는 인파와,
수많은 관광객과, 각종 광고, 홍보. 거리 공연.
잘 알지는 못하고 아주 좋아하는 거리도 아니었지만.
이어폰을 끼고,
아껴두었던, 그야말로 도쿄 여행에서 꼭 들어야지 하고 아껴두었던 곡들을 하나, 하나. 들으면서
편안하게 구경하며 발을 옮기던, 저녁.
어떤 음악과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며 새로이 '발견'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것이 처음 들은 순간과 맞아떨어진다면 더더욱 강한 인상이 되고.
아마도 앞으로 계속, 우타다의 'come back to me'를 들으면,
그날 그 저녁의 시부야를 내려다 보던 쯔타야의 야경을, 떠올릴 것이고.
익숙한 이국의 쇼핑가 한복판을 거닐면서 들은 음악들은
여러가지, 모두, 함께, 뒤섞여서 녹아들어버렸고..
아껴두었던 relation앨범도,
illusion도, 엔젤 송도, lights의 울림까지도.
수많은 favorites 중에서도
역시 도쿄에 가면 꼭 듣게 되는 음악들이, 있기 마련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수많은 시간들이 함축된,
소리, 한 음, 한 음의 울림이 그 시간 속에서 다시 재생되고 뒤섞이고 응축되던 느낌이라니.
그런 순간들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아마도 현지인 놀이의 절정이었던,
귀국 이틀 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