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9 japan2009. 4. 12. 23:36
이른아침부터 짐을 챙기고 호텔을 옮긴 일요일.

고탄다역 호텔에 짐을 맡기고  신주쿠 행, 그리고 낳익은 세이부 신주쿠선을 타고 치히로 미술관으로.

西部新宿선은  新宿 東口옆,
항상 제가 이정표로 사용하는 벽돌색 높은 pepe 쇼핑몰과 신주쿠프린스 호텔이 위치한 곳에서 시작합니다.  
上井草역까지는 각역정차를 타고 30분도 넘게 가는데....
비오는 신주쿠에서 출발했는데,
서쪽으로 달려가면서 점점 해가 나더군요.

자그마한 역들이 정감있는, 이 노선도 좋아하고요.
일요일 오전, 한산한 전차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미술관으로 가는 길..








치히로 미술관은 그림책에 관심많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와사키 치히로 씨를 기리며 만들어진 사립 미술관이면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전시하는 면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독특한 미술관입니다.
나가노의 아즈미노 와 도쿄, 두 곳에 있는데..
도쿄의 치히로 미술관은 두번째 방문이라 편안하게 찾아갔어요. 찾기도 쉽고. 
http://www.chihiro.jp/  (어찌된 영문인지 안열리는 홈피...)

미리 알고 간 대로, 가상의 그림책 그림 특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한 도서관에서 전시했던 프로젝트인데요, 존재하지 않는 그림책의 표지를  각국의 유명 작가들에게 부탁한 것이었어요. 그렇게 생겨난 표지와 제목에서 실제로 책이 탄생한 경우도 있고, 아직까지 작가의 상상속 그림책인 경우도 있고요. )
그래서 신 선생님의 그림이 전시되어있는 것도 보고-  초방책도 보고 반가웠고-
크베타 할머니와 칼라이 할아버지 그림도 보고 감격에 젖었다가...

보슬비 내리는 한적한 미술관 카페에서 차 한잔 하고 느긋하게...
산책하며 신주쿠로 돌아왔습니다.



참 좋아하던 조용한 kamiikusa 역이,
왜 아니메의 성지, 건담의 성지가 되어있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조용히 구경하고 신주쿠행.
비오는 김에 느긋하게 움직이자, 생각했었고...




그래서 벼르고 벼르던 곳에 갔습니다.
http://www.sompo-japan.co.jp/museum/index.html
솜포 재팬 건물에 있는, 토고 세이지 기념 미술관.

신주쿠 서쪽의 고층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높다란 건물의 42층,
그래서 미술관 로비의 전망이......



기획전은 그때그때 바뀌지만,
상설작품 3개가 무려 고호의 해바라기와 고갱의 아를르의 풍경을 포함하는.
(또 하나는 세잔, 혹은 모네.; )

재단에서 실시하는 공모전에 입상한 젊은 작가들의 그림도 보기 좋았지만,
단독 공간을 고고하게 차지하고 있는,
어두운 검은 공간 안의 포쓰 강한 그림 세개.


잊지 못할거에요.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이다,
정면 의자에 앉아 한참 노닥거리다가,

너무 기가 강한 그림들 틈에 있었는지 영양보충이 필요해져서,
사랑해마지않는 신주쿠 미나미구찌, 다카시마야 레스토랑 파크에 가서 쯔바메 그릴 오리지날 햄버그 스테이크를 해치웠다는 이야기.


그렇게 화려하고 복잡하게 느껴지던 커다란 복합 쇼핑센터는, 이제 익숙하고 사람손때가 적당히 묻은 큰 공간일 뿐이어서,
5년전의 기억을 되살리며 피식피식, 쇼핑을 조금 하고 귀가.

신주쿠역의 남쪽 출구를 거대하게 차지하고 있는 takashimaya 는,
그동네의 백화점들이 대략 그렇듯이, (이세탄에 처음갔을때는 건물 세개가 끝도없이 이어져서 당황했던..)
큰- 건물이 여러개입니다만, 단순히 백화점이 큰게 아니라서..
한쪽의 건물  6층짜리는 잡화점 도큐핸즈, 무엇보다도 반대편 건물 6층짜리는 대형 서점체인 kinokuniya,
본관 건물 7층인가는 음반가게 HMV,
건물안에 미술관이랑 영화관 정도는 기본이고..
그래서, 바깥 날씨 안좋을때 던져두면 이틀은 놀 수 있어요 전.
사실 6층짜리 거대 서점에서만도 이틀은 놀지요. 먹을것도 최고로 많고...

5년전 겨울 도쿄 여행의 중심지였던 그 곳을 찾으니.

고작 5년동안에, 나이도 들고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는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비싼동네에 왔다고 주눅들고 신기해하던 졸업 무렵의  모습은,
까짓거 계산해보면 청담동보다 커피값도 싸다고 유유히 돌아다니는 지금 모습으로.
단순히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확실히, 보는 것이 달라져요.
3년, 2년마다 찾는 곳인데도 보이는 것이 다르니 참 신기하지요.
서바이벌 일본어에 좀더 강해진 탓인지도..







숙소로 돌아와 제대로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가 한숨한번 쉬어주고 숙소 근방을 탐험한저녁.

대강 아는 동네이기에 호텔이 오래되었어도 선택한것이고....
호텔이 역에서 30초라는 것만으로도 좋은거죠.
더군다나 1층은 편의점, (지하는 라면집, 옆건물은 이자카야 체인이 가득가득)
옆으로 돌면 작은 강가가 있고- 그 뒤는 거대 북오프와 쯔타야. (12시까지 영업)
맞은편에는 도큐 스토어, (고급 슈퍼 체인) 마켓뿐만 아니라 2,3층에 잡화랑 화장품도 크고,
레스토랑 많고..
무엇보다, 7층의 book1st는 꽤 책이 많았어요. 밤중까지 열고.
그림책코너에서 외국작가 코너를 기웃거리니- 좋아하는 선배님 책이 있어서 혼자 좋아서 히쭉.
늦은 저녁을 먹고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창밖을 바라보며 셀프.

쇼핑센터의 고층에 서점이 있는 곳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창가가 모두 통유리로 오픈되고 창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시스템들은
조금, 부러웠습니다.

시부야 광장을 내려다보며 커피한잔 하며 책 볼 수 있는 쯔타야는 좀 더 부럽고....새벽 4시까지라니!
록뽄기 쯔타야와 abc북스의 영업시간도요.
숙소 바로 근처의 대형 서점에서 이리저리 구경하며,
야경을 바라보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라는건, 저같은 여행객에게는 매우 감사한 일이죠.



물론.
놀러가서까지 서점을 가는게 흔한일은 아니겠지만서도.


Posted by 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