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9 japan2009. 4. 2. 22:37

yanaka산책을 만족스럽게 마친 후 친구와 간 것은
도쿄 여행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일요일 오후의 하라주쿠 거리.

가는 길의 JR은 타자마자  합창대회에 나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귀여운 고1학생들 한 반이 우르르르-
눈웃음이 귀여운 남자애들이 교복을 껄렁하게 걸쳐 입고 여자 선생님에게 삐죽대며 장난 치는 모습들을 보게 되다니.
게다가 젋은 여선생님은 업스타일 헤어에 곱게 화장한 얼굴, 뿔테 안경을 쓰고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은, cf에서 튀어나온듯..;
하라주쿠로 향하는 기분을 더욱 업 시켜주는  전차 속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jr을 타고 익숙한 그 곳에 도착해서
요요기 공원을 먼저 들렀지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유명한 동네고, 안 갈까도 했었지만 날씨가 너무, 너무 너무 좋아서...

몇 주만에  갑작스레 따스해진 덕에 햇살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가득가득한,
계획한 대로 다양한 사람 구경을 원없이 한 날.



한가로이 거닐다가
친구랑 따로따로 벤치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서 노트도 쓰고 음악도 들으면서
현지인놀이를 시작했지요.

벤치 위에 내리쬐는 햇살과
전날부터 쓰기 시작한 몰스킨 노트 하나.
빼곡히 약도와 메모를 해온 여행 수첩 한개,
갈증을 달래줄 음료수 페트병이 하나.
17도를 넘는 낮 기온에  노곤노곤해지는 기분으로 적어내려온 수첩 속에는

'반짝이는 물결들, 자전거, 잔디밭에 뛰어노는 강아지들, 아가들,
훌라후프 돌리는 아이들, 공던지는 아이들, 여기저기 한가로운 사람들.
뭐야 여기. 천국이자나.'



 

한참 놀다가 입구 쪽으로 나오니 광장에는


이렇게 댄스 연습하는 팀들이.
젋지 않아요.. 라고 하면 화내겠지만.
80년대, 아니 70년대 폭주족 스타일을 하고 계신,
실제로 그 연배로 보이는 분들의 댄스 연습은  나름 유명하다더군요.
열심히 구경하다 고개를 돌리니 내 옆에 서있는건 요정분장을 한 늘씬한 아가씨...
(사진에 요정 날개가 찍혔네요.)



그렇게 한가로운 산책놀이를 끝내고
번잡한 거리로 들어서자, 이건 또 익숙함에 반갑기까지 한 동네..


 아마도 原宿에서 가장 복잡한 사거리.
라 호레- 와 콘도매니아, 커다란 갭 매장이 있는 익숙한 동네죠.



하라주쿠 라 호레 뒤, 그러니까 topshop매장이 있는  커다란 쇼핑몰 뒤쪽에는 오래된 유명한 우키요에 미술관이 있어요.
http://www.ukiyoe-ota-muse.jp/

ukiyoe 라는건 일본의 전통 풍속화인데,
판화와 손 그림 두가지가 있지만  우리에겐  주로  목판화 스타일이 유명하지요.
ota- ukiyoe 미술관은 저 정신없는 동네에서 꿋꿋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멋진 곳인데,
입구에서 실내화로 갈아신고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까지 고요해지는 기분.
진지하게 보는 전시이긴 하지만 풍속화니까, 유머러스한 그림들도 많아서, 쉴 수 있었던 시간이랄까..
바글바글 정신없는 하라주쿠 한 복판에서 그렇게 고요한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

그렇게 둘째날의 시간을 마무리하면서,

이날 저녁은 소연이에겐 도쿄의 마지막 밤이라고
신주쿠 밤거리로 끌고 나가 이자카야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각종 안주의 먹부림을....;
그 순간까지만 해도, 나머지 10일은 홀로 고요히 지낼테니 이자카야에 갈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었지만...



 

Posted by 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