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2 paris2012. 12. 30. 12:46

 

파리에 도착해서 처음 며칠간 루브르와 오르세 등등 거대한 뮤지엄들을 돌고 나서,

다음에 찾아간 곳들에서는 거의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며 구경했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거의 없어요.

사진을 찍기에 빛이 부족하거나 관객이 많거나, 혹은 금지되어있거나. (혹은 꽤 높은 확률로, 이미 넋을 놓았거나.)

 

 

 

 

이 곳은 오랑쥬리 미술관입니다. 오르세 맞은편 쪽에 위치해있고, 규모가 작은 편이라지만 굉장한 소장품들이 많아요.

인상파 작품이 주로 있어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엄청나더군요.

1층에는 거대한 방 두개에 그 유명한 모네의 수련이 있어요. 360도로 넓게 배치된 수련을 시야에 가득히 담고, 방 가운데 앉아서 몽롱하게 지나간 시간은 아마 잊지 못할 거에요. (사진촬영불가.. 어차피 사진으로 담아낼 능력이 없어요. )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의 특별전이 열렸던 그랑팔레 입니다.

상설전이 열리는 많은 미술관들 이외에, 유일하게 일부러 찾아간 기획전시였어요.

휘트니미술관에서도 한번에 다 볼 수 없을꺼라고 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이 전시에서, 파리 사람들의 전시회에 대한 열정을 아주 사무치게 보았어요. 대기줄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픈시간 4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결국 두시간 가까이 야외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들어갈 수 있었지요. 그만큼 내부는 인원 제한을 해서 쾌적했지만, 사진은 없습니다. :)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호퍼의 그림은 외롭지요.

도시의, 혹은 사회 속에서의 외로운 모습, 외로운 풍경들을 잘 짚어주잖아요.

유럽까지 가서, 이국 땅에서 또 이국의 외로운 그림들을 실컷 보았어요.

어디가 예약 줄이고 어디가 표 사는 줄인지도 모르는 채 눈치껏 줄 서서, 나 홀로 동양인인 채로 추위에 떨며 대기했다가, 모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소곤거리는 사이에서 고요하게 그림 속을 헤엄친 시간. 아주 그냥, 외로움이 절절히 다가오고 좋더라고요. 슬프거나 힘들었다는 말이 아니고요, 그 마저도 적절하게 배치된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어요.

친구랑 꺄꺄 거리며 돌아다니는 것 만큼이나, 조용히 혼자 이국땅에 왔다는 걸 느끼는 시간도 필요했거든요.

그리고 그 홀로 걷는 파리의 정점에 호퍼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몽마르뜨언덕 위의 에스파스 달리. 달리 미술관이에요. 작은 규모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구석구석 재기발랄한 달리 아저씨, 현재에 있었어도 엄청나게 재밌는 작업을 했을 거에요.

잔뜩 둘러보고나니 배고파져서 바로 빵집으로 달려갔어요...

(몽마르뜨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없다는 가이드북, 믿지 마세요. 2011년 파리 바게뜨 그랑프리와 2010년 그랑프리 를 받은 집이 둘다 아베스역 근처에요. )

 

 

요 예쁜 동네는 파리의 서쪽 끄트머리, 마르모땅 모네 뮤지엄이 있는 곳이에요. 메트로를 안 타고 버스를 타고 근처까지 가서 살랑살랑 걷는데, 이 동네는 손꼽는 부촌이라더니 정말 샵들도 예쁘고 거리의 사람들도 예쁘고.

부잣집이라지만 으리으리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정말 편안한 모습의 주택가였어요. 어쩐지 우리동네 같아서 좋았던 동네.

 

이렇게 예쁘고 작은 공원을 지나가면 나오는 작은 미술관, 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건물에 들어갔더니, 모네의 방 이외에도 (수련 몇 작품& 꽃 그림들 & 그리고 그 유명한 해돋이, 인상 이 있지요.)

시슬리나 모리조 등등의 그림이 많았고요. 파리의 많은 미술관들이 그렇듯 이곳도, 저택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미술관이어서 구석구석 실내 장식과 건물 구조 자체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지하층의 기획전시실도 생각보다 컸고요.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와 함께 방문하면 참 좋았을 텐데, 제가 간 11월은 지베르니의 모네의 집도 오베르의 고호의 집도 오픈하지 않는 시즌이어서, 아쉬움이 좀 많이 남았습니다.

 

 

사실은, 파리에서 각종 전시를 보며 일본에서 보았던 수많은 기획전과 상설전들이 계속 생각났어요.

고호나 드가 처럼 커다란 기획전을 찾아가서 보았던 기억도, 우에노에서 보았던 루브르 미술관전이나, 긴자에서 보았던 마네의 그림들도. 그리고 신주쿠에서 본 고호의 해바라기도요.

오르세나 오랑쥬리, 모네 미술관 같은 곳은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니 당연하긴 하겠지만, 관람하는 내내 한국인은 거의 못 보고 일본인들을 주로 마주쳤어요. 덕분에 어딜 가도 일본어 설명이 많아서 저는 편하긴 했는데요...; 관광 시즌이 아니라지만, 여기까지 오는 한국인이 그만큼 적기도 한 게 사실이구나 싶었어요. 그들이 사들이고 소장한 것이 많으니 그만큼 교차 전시도 많을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관심이 많으니 당연한거겠지만 아쉽긴 했어요. 부러워하지는 않기로 했으니.

그래도 다행인 건, 오르세나 오랑쥬리에서처럼, 건물 입구에서부터 '코리안? 안녕하세요~' 로 웃으며 맞이해주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

 

 

그 외에도 잠깐씩 들렀던, 빅토르 위고의 집이라던가, 브랑쿠시 아틀리에라던가, 몇 군데 더 있겠지만 생략합니다.

사실 다 좋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네요. :)

 

Posted by 유니~